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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야신도 인정한 독종...최정 "그저 야구가 잘 하고 싶어서" [IS 피플]

'야신' 김성근 전 감독이 직접 진행하는 수비 훈련은 혹독하기로 정평이 났다. 선수가 숨 고를 틈도 없이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쳐 주는 땅볼)를 하며 혼을 빼놓는다. 일종의 정신력 테스트이기도 했다. 최정(37·SSG 랜더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근성은 김성근 감독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2006년 10월, SK 와이번스(현 SSG) 감독으로 부임해 마무리 캠프에서 최정을 지도한 김 감독은 펑고 1000개, 프리배팅 1000개를 매일 소화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독기가 찬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어린 선수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수많은 제자들 중 자신의 훈련을 100% 소화한 건 최정뿐이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야신이 인정한 '독종' 최정은 매 시즌 성장했다.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났다. 그사이 홈런왕 타이틀도 3번이나 차지했다. 최정은 지난 2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 새 역사를 썼다. 5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 이인복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월 솔로홈런을 쳤다. 2024시즌 10호이자, 개인 통산 468번째 홈런이었다. 최정이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467개)을 넘어 KBO리그 통산 홈런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야구팬은 타고난 힘이 좋고, 강한 신체를 갖고 있는 최정을 '천재형' 선수로 평가한다. 반면 그를 오래 지켜본 동료들은 '노력형'이라고 확신한다. 2007년부터 한솥밥을 먹은 SSG 에이스 김광현은 "(최)정이 형은 아직도 경기에 나가기 전 생기는 긴장감을 없애려고 배트를 더 돌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작 최정은 자신을 노력형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기록을 세운 24일 롯데전 뒤 만난 최정은 "노력은 다른 선수들이 나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라며 "나는 그저 재밌는 게 있으면 그걸 잘하고 싶은 마음이 워낙 큰 편이다. 김성근 감독님과 훈련할 때도 '수비도 기술적으로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몸이 힘들어도 하다 보면 실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힘들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타격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최정은 객관적으로 불편한 훈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최정은 "타격·수비·주루 중에서도 어떤 건 재미가 없는 것도 있다. 나는 어떡하든 그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면 기분이 더 좋아서 빨리 다음 경기를 치르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사람들이 '노력'이라고 부르는 걸 최정은 그저 '좋아서 하는 행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김성근 감독이 인정한 근성과 독기의 원천은 누구보다 깊은 '야구 사랑'이었다. 최정은 남은 선수 생활도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생각이다. 이전까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건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록 목표도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것이었다. 이젠 통산 500홈런을 향해 나아간다. 최정은 "당장 올 시즌 홈런왕이나 '몇 개를 치겠다'라는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그래도 이젠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보려고 한다. 이전보다 큰 목표를 세웠다. 통산 500홈런을 치고 싶다. 쉽게 해낼 것 같진 않다. 그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웃어 보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6 07:00
스포츠일반

노력형 천재 최민정, 괴물 같은 '아웃파이터'

최민정(24·성남시청)은 '아웃파이터'다. 경기 중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지 않는다. 대신 아웃코스 추월을 선호한다. 아웃코스는 인코스보다 충돌 위험이 적다. 하지만 아무나 활용할 수 없다. 쇼트트랙은 112.12m 트랙 주로 중 48%인 53.81m가 곡선으로 이뤄진다. 아웃코스에선 인코스보다 더 강한 원심력을 견뎌야 한다. 몸이 버티질 못하면 펜스 쪽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최민정은 다르다. 그의 전매 특허 기술이 발휘된 건 지난 16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 준결승이었다. 최민정은 경기 중반까지 6위로 처졌다. '네덜란드 신성' 산드라 벨제부르와 '캐나다 유망주' 코트니 사로가 이끄는 레이스를 뒤에서 따라갔다. 하지만 세 바퀴를 남겨 놓고 시동을 걸었다. 단 한 번의 아웃코스 주행으로 1위 자리를 꿰찬 뒤 올림픽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최민정은 결승에서도 인코스가 아닌 아웃코스를 이용해 선두로 올라섰고,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의 아웃코스 주행을 더 위력적으로 만드는 건 짧은 스트로크다. 쇼트트랙에선 얼음을 밀고 나가는 스트로크 동작에 따라 속도가 결정된다. 유럽 선수들보다 체격(키 1m65㎝·몸무게 53㎏)이 크지 않은 최민정은 경쟁 선수들보다 2~3번 스트로크를 빠르게 해 속도를 끌어올린다. 지난 13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대표팀은 마지막 두 바퀴까지 3위로 밀려 2위까지 가능한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과감하게 아웃코스 주행을 선택한 뒤 폭발적인 스트로크를 앞세워 2위로 올라섰다. 최민정은 노력형 선수다. 스스로 "훈련량이 세계 최고"라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연습 벌레다. 그렇게 만들어진 탄탄한 하체는 아웃코스를 파고들고 스트로크를 더 빠르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쇼트트랙 여제' 전이경은 4년 전 평창 대회를 앞두고 최민정에 대해 "인코스보다 아웃코스를 정말 잘 탄다. 미는 힘이 남다르다. 중심 이동을 비롯해 타고난 감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훈련"이라고 말했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면서 멘털도 강해졌다. 최민정은 평창 대회 500m 결승에서 반칙으로 실격 처리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표팀 동료 심석희가 한 코치와 나눈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최민정을 험담하고 경기 중 고의로 충돌한 의혹까지 담겨 있어 파문이 일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개막한 베이징 대회. 지난 7일 첫 개인 종목 출전이던 500m 준준결승전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하지만 '아웃파이터' 최민정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금 1개, 은 2개 등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 2, 은 3)을 따낸 최민정은 역대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 최다 메달 공동 1위가 됐다. 그는 16일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과거의 나를 계속 넘어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에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따라와서 기분이 좋다. 나 혼자 잘한 게 아니다. 모두 많이 도와줬다"고 공을 돌렸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2.18 06:00
스포츠일반

파리올림픽 결선 함께 뛰는 한국 도마 새 역사 만들겠다

스포츠에서 세계 정상급의 스타가 탄생하면, 그 자체로 레거시(legacy·유산)가 만들어진다. 정상에 섰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후배들은 자신감을 얻고 목표를 만들며, 또 다른 스타가 탄생하면서 선순환된다. 남자 기계체조가 이런 좋은 예다. 세계 기계체조에서 한국은 변방이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의 체형에 잘 맞고, 단일 기술에 집중할 수 있는 도마에 집중하면서 1990년대 유옥렬, 여홍철 등의 스타가 나왔다. 그 뒤를 이어 양학선(29·수원시청)이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 때 신재환(23·제천시청)이 한국 기계체조 역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양학선과 신재환은 한국 기계체조를 활짝 꽃피게 했고, 그들이 쓰는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두 명의 도마 천재를 만났다. 도쿄올림픽 금메달 이후 TV쇼 출연 등 잠시 휴식을 즐겼던 신재환은 다시 훈련에 들어갔다. 그는 "학선 형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것이다. 내가 바로 ‘양학선 키즈’다"라고 했다. 양학선의 런던올림픽 금메달 장면을 보며 신재환도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웠다. 둘이 처음 만난 건 2017년 신재환이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다. 양학선과 신재환은 닮은 듯 다르다. 체조계에서는 양학선을 '타고난 천재', 신재환은 '노력형 천재'라고 표현한다. 양학선은 직접 '양학선' 기술을 만들었다. 공중에서 1080도(세 바퀴)를 돈다. 체공 시간과 높이를 충분히 확보해야 가능한 기술이다. 하지만 양학선은 자신을 ‘타고난 천재’로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천재라면 신기술을 2~3일에 해내야 할텐데, 나는 최소 2주는 걸렸다. 도마를 많이 뛴 노력파"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신재환은 양학선 만큼 ‘도마 블로킹 때 힘줄이 끊어질 정도로’ 도움닫기가 빠르거나 도약 높이가 눈에 띄게 높지 않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도 없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훈련량으로 경쟁했다. 양학선은 신재환에 대해 "20대 초반은 몸이 좋을 때라 선수들이 특별히 훈련을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재환이는 주말에도 나와서 훈련했다. 도움닫기 중요성을 알고 빨리 달리는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신재환은 큰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 충북체고 시절 허리 디스크로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양학선도 부상에 많이 시달렸다. 주요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햄스트링, 아킬레스건, 오른손 등이 다쳐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양학선은 "내 몸을 믿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양학선은 대표팀에서 '부상 상담가'로 활동했다. 신재환도 양학선에게 도움을 받았다. 양학선은 "도쿄에 가기 전에는 올림픽이 끝나면 은퇴를 생각했다. 후배들 앞길을 막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런데 양궁 오진혁 형, 사격 진종오 형 등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용기가 생겼다.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양학선과 신재환은 시상대에 같이 올라간 적이 없다. 신재환은 "누가 금메달을 따든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두 명이 도마에서 같이 뛰는 것도 역사가 될 것이다. 형과 선의의 경쟁 펼치고 싶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2021.09.27 08:30
야구

[김인식의 클래식] '야구인 2세'들 박세혁 보고 노력했으면…

두산이 2019년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데 있어 박세혁(30)의 활약도를 빼놓을 수 없다. 박철우 두산 퓨처스 감독의 아들인 '야구인 2세' 박세혁의 기량이 1년 사이 엄청나게 늘었다. 그래서 '야구인 2세'에 대해 곰곰이 떠올려봤다. 가장 처음 떠오른 '부자(父子) 야구' 선수 출신은 김진영 감독과 김경기다. 김진영 감독은 삼미와 롯데 등에서 사령탑을 지냈고, 김경기(해설위원)는 태평양과 SK에서 뛰며 '미스터 인천'으로 통했다. 1182경기에서 타율 0.275 138홈런 598타점을 올릴 만큼 무게감 있는 선수였다. 그렇게 한동안 '야구인 2세'의 성공시대는 펼쳐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현역 시절 모습을 보고 자란 많은 야구인 2세가 방망이와 글러브를 들었지만, 아버지의 명성에 쉽게 도달하지 못했다. 최근 이종범-이정후(키움) 부자가 큰 주목을 받았다. '야구 천재'이자 '바람의 아들'로 통한 이종범의 큰아들인 이정후는 데뷔 전에 '바람의 손자'로 불렸다. 이내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던졌다. 2017년 넥센(현 키움)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후는 신인왕 수상을 비롯해 매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야구계에선 최초로 '부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정후가 아버지 이종범의 뛰어난 야구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 박세혁은 '노력형 선수'가 아닌가 싶다. 박철우 감독은 해태와 쌍방울을 거치며 현역 시절 961경기에서 타율 0.278 59홈런 372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포수인 박세혁은 2018년까지 같은 포지션에 '양의지'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양의지가 2018년 종료 후 NC로 FA(프리에이전트) 이적을 하면서 박세혁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오랜 세월 백업 포수로 견딘 박세혁은 양의지가 떠난 이후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2년 입단 후 2018년까지 통산 297경기에서 타율 0.259 13홈런 74타점에 그쳤던 박세혁은 지난해에만 137경기에서 타율 0.279 4홈런 63타점을 올렸다. 그가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덕에 두산은 막판 역전 통합 우승을 이뤘다. 박세혁은 올해 기량이 만개할 것 같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고, 이는 2020시즌 상승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메이저리그에선 류현진이 새롭게 가세한 토론트 블루제이스에 '야구인 2세'가 많이 모여있더라. 토론토 3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2018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이다. 2루수 카반 비지오는 통산 3060안타를 때리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아버지' 크레이그 비지오와 똑같은 포지션에서 활약 중이다. 유격수 보 비셋은 274홈런을 기록한 단테 비셋의 아들이다. KBO리그에선 이번 시즌에 '야구인 2세' 신인들이 많이 입단했다. 정회열(포수) 코치의 아들 정해영(투수)이 KIA, 신경현(포수) 코치의 아들 신지후(투수)가 한화에 각각 1차지명으로 아버지에 이어 같은 유니폼을 이어 입게 됐다. 입단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있지만 몇 년을 견디고 노력해 아버지의 명성에 근접한 선수들도 있다. 많은 야구인 2세들이 박세혁을 보면서 열심히 노력했으면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0.01.22 06:00
축구

성남FC, 남기일 감독 보좌할 코치진 구성 완료

성남FC가 남기일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 구성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성남은 이정효, 기우성, 마철준 코치를 새로 영입, 기존 변성환 코치와 함께 4인 체제로 2018시즌을 시작한다. 수석코치로 성남에 합류한 이정효 코치는 선수 시절 부산 레전드로 활약하였으며 이 후 아주대 감독과 전남, 광주 코치 등을 맡으며 풍부한 지도 경험도 가지고 있다. 선수생활도 화려했지만 지도자가 된 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형 지도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올 시즌 GK코치로 합류하는 기우성 코치는 일찍이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능곡고, 중앙대GK 코치를 거쳐 광주 GK코치를 역임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을 보좌한 경험이 있다. 마철준 코치는 제주, 전북, 광주 등에서 선수 생활을 거쳐 지난 시즌까지 광주에서 코치로 활약했다. 수비코치로서 선수단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올 시즌 성남 프로팀 코치를 맡았던 변성환 코치는 내년에도 성남에 남아 남기일 감독을 보좌한다. 올 한해 신인급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만큼 남기일 감독이 기존 선수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효, 마철준, 기우성 코치는 남기일 감독과 광주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사이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기에 남기일표 축구를 성남에 보다 빠르게 입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발 빠르게 코치진 구성을 완료한 성남은 본격적인 선수단 개편을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용재 기자 2017.12.08 17:26
축구

‘역대급 유망주’ 이승우의 강렬한 재능·강렬한 성격

한국에 없던 천재가 나왔다.이승우(16·바르셀로나)는 한국축구 시스템이 키운 선수가 아니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나 손흥민(22·레버쿠젠)도 해외유학을 다녀왔지만 모두 고등학생 때 이야기다. 그러나 이승우는 다르다. 대동초등학교 시절 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되어 청소년기를 모두 스페인에서 보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승우는 괴물이 되었다. 14일 태국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8강에서 이승우는 60m 이상을 혼자 치고 들어가 골을 넣는 괴력을 뽐냈다. U-16 대표팀을 이끄는 최진철(43) 감독은 "골을 넣는데 타고난 선수다. 드리블이 빠르고 잘 뺏기지 않는다"며 "훈련 때 다른 선수들이 따라하려 하지만 안 된다. 레벨이 다른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승우를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본 지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최 감독과 비슷하다. 이승우를 13~15세까지 데리고 있던 정정용 전 U-15팀 감독은 "노력형보다는 천재에 가까운 선수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한국에서는 다시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공격수"라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이승우를 발탁했던 강경수 대동초 감독은 "(이)승우는 예상치못한 플레이를 많이 한다. 상대 수비수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공을 몰고 가 골을 넣는다"며 "공격수에 필요한 재능 대부분을 갖췄다"고 했다. 기량은 누구나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직접 지도한 지도자들도 "(이)승우의 성격이 강하다"며 "팀에 녹아드는 것이 관건이자 숙제"라고 우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는 톡톡 튀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전을 앞두고는 "우리 경기를 하면 일본은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이런 강한 성격에 거부감을 갖는 축구인도 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 유스팀과 함께 이승우가 한국에 와서 한국 U-15팀과 경기를 가졌다. 당시 지켜본 한 협회 고위 관계자는 "성격이 너무 강하다. 한국 대표팀에서 융화하기 힘들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승우의 아버지인 이영재 씨는 "승우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바이에른 뮌헨(독일)이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유소년팀에 홀로 가 공부했다. 자립심이 강한 아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도 "매 시즌을 마치고 4~5명의 선수가 팀을 떠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성격은 어린 나이로 스페인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이승우 만의 생존 방식이다. 이승우의 측근도 "바르셀로나의 스페인 선수도 이승우를 중심으로 뭉친다. 리더십도 갖춘 아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유별난 성격의 선수를 잘 보듬지 못했다. 박주영(29)과 이천수(33·인천) 역시 청소년 시절에는 이승우 못지 않게 주목 받았다. 그러나 강한 성격을 제어하지 못했고, 팬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강한 성격을 인위적으로 지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억압하면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 성장하면서 이승우 스스로 성숙할 것이다. 이승우 말고도 U-16팀에 좋은 선수가 많은데 2017년 한국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주역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2014.09.16 06:00
야구

두산 장원진 코치와 민병헌의 특별한 인연

장원진(45) 두산 타격코치는 민병헌(27·두산)을 보면 마냥 대견스럽다. 그는 "룸메이트 시절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민)병헌이가 이제는 타격왕 경쟁까지 하고 있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민병헌은 "장원진 코치님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이들의 첫 만남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팀 내 베테랑이었던 장원진 코치와 신인 민병헌은 원정 경기 룸메이트였다. 발이 빠르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던 민병헌은 그해 대주자와 대수비로 활약하며 1군에서 80경기를 소화했다. 장원진 코치는 "그때만 해도 (민)병헌이는 가능성은 있지만, 방망이가 약하다보니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아니었다"면서 "지금처럼 자기 것을 가지고 있던 선수가 아니였다. 성공에 대해서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이후 둘은 각자의 길을 걸었다. 장원진 코치는 2008년까지 선수로 등록했지만,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2군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며 은퇴 수순을 밟았다. 민병헌은 2010시즌 후 경찰 야구단에 입단해 군 복무를 했다. 인연은 돌고돌아 2012년에 이어졌다. 지나간 시간 만큼이나 두 사람의 위치도 달라져 있었다. 선후배 지간의 룸메이트였던 장원진 코치와 민병헌은 이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장원진 코치는 "지금 병헌이를 보면 굉장히 대견스럽다. 야구에 대한 자세와 생각 모두 성장했다"면서 "경찰청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면서 야구에 눈을 떴고, 가정을 이루면서 남편과 아버지가 된 것이 병헌이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했다.장 코치의 말대로 민병헌은 성장했다. 입단 시절 늘 누군가를 대신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섰던 그는 이제 이름 앞에 '주전'이라는 글자를 달고 뛴다. 올해 민병헌은 102경기 출장해 11홈런 71타점·타율 0.362를 기록 중이다. 특히 타율왕 경쟁에서 1위 김태균(한화)과 불과 6리 뒤진 4위다. 장 코치는 "(민)병헌이는 타격왕 경쟁에 욕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병헌이가 타이틀을 땄으면 좋겠다. 이런 기회가 아무때나 오는 것은 아니다. 타이틀을 따고 나면 지금 보다 더 자신감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장원진 코치는 지난 2000년에 170안타를 기록하고 최다 안타 1위의 영예를 누린 바 있다.이어 장 코치는 "김현수가 입단 때부터 원래 야구를 잘했던 선수라면 병헌이는 순전히 노력형이다. 그래서 늘 병헌이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병헌이 같은 선수가 성공을 해야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민병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장원진 코치님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 2014.08.31 11:06
야구

[인터뷰] 정운찬 “야구에서 인생을 배우고 ‘힐링’하죠”

정운찬(67)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스스로 ‘야구 바보’라고 한다. 야구가 인생 그 자체라고 여긴다. 그는 “인생에서 야구를 만났고 야구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말한다.어려웠던 학창시절은 물론 미국 유학 생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총장, 국무총리 등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든 야구와 더불어 지냈다. 정운찬의 '야생야사'는 지난 해 말 펴낸 책 ‘야구예찬’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도 늘 그랬듯 야구장을 찾거나, TV 생중계와 하이라이트 등을 통해 연간 100경기 안팎을 지켜볼 것이다. 누구보다 바쁘지만 삶의 고비마다 야구를 통해 자신을 ‘힐링’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구와 더불어 인생의 목표를 하나씩 일궈낸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야구 바보’에게 야구 이야기를 들었다. 꽉 짜인 스케줄로 피곤한 데다 감기 기운이 있었음에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그의 모습은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답답할 때, 외로울 때, 피곤할 때 ‘힐링’-야구에 대한 사랑이 정말 대단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서울 종로구 동숭동) 형들이 ‘야구할래?’라고 물어 따라갔다가 외야 플라이볼을 잡았습니다. 처음 하는데도 나름 잘 잡아 야구에 대한 소질이 있다고 여긴 것이 지금까지 야구와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경기중학교 감독님으로부터 ‘야구를 하는 것보다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이후에도 야구 경기에서 펼쳐지는 순간들이 우리의 사는 모습과 너무 닮아 점점 더 빠졌습니다.”-그 바쁜 와중에 야구에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옵니까.“어린 시절에는 다른 놀 거리가 없어 야구가 좋았지만 철이 들면서 답답할 때, 외로울 때, 피곤할 때 재충전이 되니까 자꾸 야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청년 시절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답답할 때 야구장에 가서 답을 얻었고, 시골(충남 공주)에서 올라와 자주 외로움을 느꼈는데 그때마다 허전함을 달래준 것이 야구입니다. 직장을 가진 다음에도 피곤할 때 야구장에 다녀오면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니 야구장에 못 가면 TV중계를 보고. 밤늦게 퇴근하면 TV 하이라이트라도 챙겨보게 됩니다.”-신문에서 야구 경기기록지도 보십니까. “아침 신문 기사를 보며 누가 더 잘 썼는지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록지도 자주 봅니다. 그 외에도 타격, 방어율(평균자책점), 홈런 순위까지 다 챙겨봐야 분석의 맛이 나지요.”야구를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추천-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이 조만간 설립됩니다. 50년 이상 야구를 지켜봤는데 명예의 전당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신 분은 누구입니까.“우선 스포츠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야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야구가 국민의 피로회복에 큰 공헌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개발 50년 동안 별 보고 출근하고 달 보고 퇴근했는데 야구가 피곤한 그들을 많이 위로했습니다. 1950~60년대 야구인으로는 박현식 김영조 김양중 장태영 백인천 등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70년대는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잘 모르지만 80년대에는 박철순 최동원 선동열 등이 생각납니다. 수업을 빼먹고 야구장을 찾지는 않았지만 시험기간 중에도 짬을 내 야구장을 찾아간 적이 많았는데 그때 본 선수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팀이 있습니까.“오랜 인연을 맺은 두산입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동창회 장학금을 받았는데 당시 상과대학 동창회장이 OB(현 두산)의 고 박두병 회장이었습니다. 이후 두산 베어스 ‘평생회원’이 되었습니다.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OB가 고향(충청도) 프랜차이즈 팀(한화가 창단하며 서울로 이전)이었던 것도 ‘절친’으로 지낸 배경입니다. 그리고 한 번 정들면 끝까지 가는 것이지 바꾸고 하면 됩니까.” -이제 승패를 떠나 야구를 즐길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아직도 두산이 지면 속상하고, 두산이 이기면 신나죠. 경기에서 지면 집에 가서 오늘 왜 졌나를 복기하게 됩니다. 요즘 일부 채널에서 편파 중계를 하던데 종전보다 굉장히 재미 있습니다.”동반성장은 프로야구에서도 필요-일부에서는 ‘모기업에 의존하는 한국 프로야구는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고 혹평합니다. 이 시기에 한국 프로야구에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거의 모든 팀들이 재벌 이름을 앞세우고 하잖아요. 아직도 실업팀 같아요. 한 팀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1년에 한 150억 원 정도 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언제까지 그런 투자가 가능할까요? 하루빨리 수익개념을 확립해 자립을 해야 합니다. 독립하려는 개념이 잘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야구를 재미있게 하고, 관중을 즐겁게 해 돈을 벌려는 의식이 줄어들게 됩니다.” -구단의 힘만으로 대처하기는 힘들지 않습니까.“미국처럼 각 도시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프랜차이즈 구단인 LG나 두산에 구장 사용료를 저렴하게 하고 장기임대를 해줘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최근에 구장 광고권을 회수하는 등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시민들이 야구를 즐기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 지원을 해야 합니다. 미국은 지자체에서 구장을 지은 뒤 프랜차이즈 구단에 장기임대를 해주고 1년에 1달러만 받는 곳이 있습니다. 구단은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재미있는 경기, 즐거운 관람문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죠.”-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최저연봉 2400만원 대 최고연봉 15억원은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2014년 롯데가 FA(프리에이전트) 강민호에게 4년간 75억원을 주었고,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지급한 돈이 무려 201억원이나 되는 것을 보고 선수들의 몸값이 공정한지 고민했습니다.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이전까지 스타에게 가급적 좋은 대우를 해주자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구단의 능력에 부치는 제도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연봉이 너무 적어 생활하기도 빠듯한 선수들은 없도록 하되, 선수들이 마치 복권을 뽑기라도 하듯이 고액 연봉을 기대하지는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각 구단이 퓨처스리그 운영을 건실히 하고 좋은 선수를 많이 길러 고액 연봉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관람 문화 혜택이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소외된 도시나 시골의 팬들도 야구를 즐길 수는 없을까요.“새벽 2시에 야구하러 가는 것을 본 적 있나요? 중소도시에도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야구할 곳이 부족합니다. 한 모임에 나갔다가 밤 12시께 ‘집에 가야 된다’고 했더니 참석자 중 일부가 ‘조금 더 있다 가라’는 거에요. ‘새벽 2시에 야구하러 갈 때까지만 같이 있어 달라’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1만명 정도의 소규모 구장이라도 많이 지어 놓으면 프로 1군 팀이 경기를 할 수 있고, 소외된 지역의 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 동반성장의 의미를 찾을 수 있나요.“우리나라는 아직 야구 저변이 좁아요. 2군을 제대로 운영하면 선수에 대한 대우가 좋아질 것이고, 그러면 2군에 들어가려고 하는 3군이 생길 것입니다. 그때는 2군 프랜차이즈제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실현 가능하도록 야구 관계자들이 인식을 바꾸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야구팬 입장에서 동반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신생팀 구단주라면 구단 사장, 단장, 감독, 코치, 선수 등으로 꼭 스카우트하고 싶은 인물이 있습니까.“우선 구단의 사장 단장은 잘 모릅니다. 자주 보는 두산(사장 단장)은 팀워크를 잘 이끌어내는 것 같아 보입니다. 지도자로는 염경엽 넥센 감독이 좋아 보이던데요. 자율야구를 하는 것 같고 선수들과 잘 소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로는 박병호(넥센)를 꼭 데려오고 싶습니다. 팀 구성을 해본다면 투수 장원삼(삼성), 포수 최재훈(두산), 내야수 박병호 정근우(한화) 최정(SK) 손시헌(NC), 외야수 이진영(LG) 이종욱(NC) 김현수(두산), 지명타자 이병규(LG·등번호 9) 등이 생각나네요. 나는 노력형 선수들이 좋습니다.”동북아 리그 제안과 돔구장 반대-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을 포함하는 동북아리그를 제안하셨습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 우승팀과 진정한 월드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호주까지 포함하는 아시아리그 창설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가 우승한 의미를 글로 써달라는 신문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그렇게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호주, 남미, 북미, 동북아리그 우승팀이 모여 월드시리즈를 하는 것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 선수가 미국에 팔려가면 그쪽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느라 국내 프로야구 관심이 떨어집니다. 그 사람들 보려고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마이너스입니다. 동북아리그를 만들어 아시아에서 시장을 넓히면 선수 유출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간 이동으로 인해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인기가 올랐고 팬들이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늘었습니다. 관중 수입에만 매달리지 않고 스카이 박스를 만들어 고급 음식도 파는 등 마케팅 방법은 찾으면 있습니다.”-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된 것은 저변이 세계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변 확대를 위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등에 한국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여깁니까.“동남아시아라도 야구 인기가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허구연씨 등 일부 야구인이 개인적으로 돕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한국야구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지요.”-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최를 비롯해 야구계의 숙원인 돔구장 건설 해법은 없을까요. 동대문, 잠실, 분당, 안산 등이 건설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기본 방향인 민자유치를 못해 불발된 바 있습니다. “인기 없는 발언일 지 모르지만 돔구장 건설에 반대합니다. 야구는 '들 야(野)'자 야구입니다. 야외에서 해야 야구의 참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돔과 후쿠오카돔에 가봤지만 시끄러운 데다 공기도 좋지 않아 야구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돔구장을 짓는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기존 야구장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거나 신축하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4년에 한 번씩 하는 WBC 개최를 위해 돔구장을 짓는 것은 경제적으로 낭비입니다.” KBO 총재는 정치적 수완 있어야-프로야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나중에 총재 제의가 오면 받아들이실 용의가 있으십니까. 꼭 총재가 아니더라도 야구와 관련한 일에 공헌할 의향은 있으신지요.“KBO 총재는 ‘야구를 좋아하고, 잘 알고, 정치적 수완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야구는 좋아하지만 아직 발전이 필요한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 만큼 나는 정치적 수완이 없습니다. 총재는 지방자치단체나 중앙 정부를 잘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총리 재임시절 광주구장 신축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2009년 광주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아들과 같이 가서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그런 야구장에서 팀이 10번이나 우승할 수 있었나 하구요. 그런 곳부터 개선을 해야지 돔구장이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나서 총리 취임 후 광주광역시장이 찾아와 야구장 신축을 도와달라고 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500억 원 정도 지원을 해야 하는 것으로 들어 총리실에 강력히 말했습니다. 관중들이 야구장에 와서 즐거웠다면 그것만큼 시민 서비스에 대한 좋은 투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장에 갔을 때 주로 앉는 위치는 어디십니까. 나름대로의 관람 비결은. “1회초 1번타자부터 9회말 마지막 타자까지 봐야 직성이 풀려서 조용한 곳이 좋습니다. 연간회원권을 이용해 주로 백네트 뒤에 가서 봅니다. 일행이 있을 경우에는 1루쪽에 가서 관람합니다. 우리나라 구장은 응원이 너무 시끄러워요. 스트레스 푸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개선을 했으면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모두가 이승엽이 될 수는 없다-학생야구가 학업과 야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주말리그제를 도입하고, 투구수 제한을 하는 등 나름대로 개선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대 총장 시절 학교 야구부가 첫 승리를 거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생야구에 대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우리보다 먼저 야구를 한 일본과 미국에서 배워야 합니다. 초중고교에서는 공부와 함께 체력을 기르고, 야구의 기본기를 터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공부를 해서 진학하든 특기생으로 입학하든 그 기본기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일방적입니다. 어려서부터 공부만 하는 학생은 기본기가 안돼 대학 가서나 성인이 돼서도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없고, 야구만 하는 학생은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면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이승엽(삼성)처럼 프로에서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인데도 말입니다. 주말리그제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바람직합니다. 내가 총리 시절 강력히 주장해 실현하게 됐습니다.”-프로에서 잘 해야 성공이라고 여기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미국 유학 시절 프린스턴대학의 아몬드 힐이라는 농구선수가 애틀랜타 호크스에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됐습니다. 그런데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못하다 1년 뒤에 가는 것을 보고 운동과 공부를 병행시키는 미국 대학교육의 엄격함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신문에서 본 것입니다만 일본 고시엔대회(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강까지 오른 팀이 학교 시험을 보기 위해 기권을 했다고 합니다. 4500여 개교 중 예선을 거쳐 본 대회에 나간 것만 해도 대단한데 학교 시험 날짜와 대회 일정이 겹치자 학생들은 시험을 택한 것입니다. 전국대회 성적이 곧 진학으로 이어지는 우리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여성 팬들은 경기 시간 단축을 원한다-요즘 야구 관중 가운데 여성 비율이 늘어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여성 관중이 40~50%면 됐지 더 바랄 수 있나요. 그런데 여성 관중을 위해서라도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집사람하고 야구장을 자주 가는데 어느 순간 ‘시간이 너무 길다’며 같이 안 가겠다고 합니다. 미국은 3시간을 안 넘는 것으로 압니다. 여성 팬을 많이 유치하려면 게임 시간 단축이 필요해요.”-야구장에서의 인연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 현재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민아 아나운서(MBC 스포츠플러스)도 인터뷰를 인연으로 해 8일 결혼 주례를 서기로 했습니다. 스코필즈 기념사업회, 동방성장포럼 등 내가 관여하고 있는 일에도 많은 야구 팬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박준철 기자 pharos@joongang.co.kr 2014.03.07 07:00
축구

만 36세 김남일의 발탁, 한국축구에 던진 메세지는?

1990년대 이전 A대표팀 기록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확언할 수는 없다. 1944년 생인 김호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에게 역대 최고령 선수에 대해 물었다. 그는 "1950~60년대 활약하던 서상오와 차태성 등 선배들이 30대 중반까지 대표생활을 했지만 36살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1990년 이전에 한국 선수들은 30살이 넘으면 노장 축에 속하며 빨리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이회택은 31살, 차범근과 허정무는 33살에 대표팀에서 물러났다.김남일(36)은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 있는 최근 2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단 필드플레이어 중 초고령에 속한다. 2002년 홍명보(당시 만33세) 보다 세 살이나 많고, 2005년까지 대표생활을 한 김태영(당시 만 35세)보다 한 살 더 많다. 골키퍼는 예외다. 김병지(43·전남)가 2008년 38살의 나이로 대표팀에 발탁된 기억이 있다. 은퇴한 이운재(40)는 만 37세의 나이에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골키퍼와 필드플레이어의 운동량이 다르다. 그래서 '노장' 김남일은 특별하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었지만 기량은 더 농익었다. 상대 역습을 차단하는 영리한 플레이와 전방으로 공급되는 날카로운 패스는 여전하다. 여기에 파이팅 넘치는 태클까지 2002년 모습 그대로다. 지난해 인천 유나이티드 훈련장에서 만난 김남일은 "(설)기현이가 팀에 합류해서 몸 관리가 잘 된다. 저 몸을 봐라. 어휴. 완전 로봇이다"며 "기현이를 따라 좋은 것만 먹다보니 저절로 몸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설기현(34)의 이야기는 달랐다. 설기현은 "남일이형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안 보는데서 혼자 훈련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김남일은 욕심이 많았다. '노력형' 천재인 김남일의 발탁은 한국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이가 들어도, K리그에서 뛰어도 '실력'만 보여준다면 대표팀에 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함께 대표팀에 뽑힌 포항의 황지수(32)는 "내 나이도 적은 것이 아닌데, 남일이형은 나보다 4살이나 많다. 나도 형 나이 때까지 몸을 잘 만들면 대표팀을 꿈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김호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은 "경험 많은 선수가 들어와 대표팀에 안정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남일의 경기를 지켜봤는데 나쁘지 않았다"며 "고참의 역할을 잘 해주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2013.05.17 13:59
스포츠일반

보석 건진 KT 김승기 코치 “김현수, 이렇게 잘할 줄이야!”

'숨은 보석' 부산 KT 가드 김현수(22·182㎝)가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그를 발굴한 김승기(40) KT 수석코치도 흐뭇해하고 있다.KT의 상승세 뒤에는 김현수의 활약이 컸다. 1일 전자랜드전에 데뷔한 김현수는 부진한 김현중, 김명진을 대신해 포인트가드로 제몫을 다하며 팀의 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다. 최근 KT가 3연승하면서 김현수는 평균 12.17점을 기록했다. 전창진(49) KT 감독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게 보기 좋다. 보석을 건졌다"면서 "(김현수를 찾아낸) 김승기 코치 공이 크다"고 귀띔했다.김승기 코치는 현역 시절 터프한 플레이를 펼치며 '터보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가 이제 갓 데뷔한 김현수에 대해 극찬을 쏟아냈다. "이 정도로 잘 하는 선수인 줄은 솔직히 몰랐다. 원래는 슈팅가드였는데 포인트가드 역할을 정말 잘 하고 있다"고 한 김 코치는 "자신만의 스타일도 있고, 나무랄 데가 없다. 반짝하고 떨어질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여기에는 김현수의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지켜보며 프로까지 데뷔시킨 보람도 한몫했다. 김 코치는 김현수가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한 선수였다고 했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그렇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특별한 장기도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만큼은 보기 좋았다"고 했다. '노력형 선수'로 조금씩 성장하던 김현수가 기량을 마음껏 펼친 것은 중앙대에 재학하면서였다. 김 코치는 "슈팅하는 동작이나 발놀림이 좋아진 것을 보고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다. 현수가 4학년 때 돼서 프로에 뛰어도 괜찮은 선수라고 느꼈다"고 했다. 김 코치는 지난달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현수를 2라운드 3순위로 데려왔다. 김 코치는 "사실 현수가 우리 팀에 뽑힐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그러나 2라운드 지명 차례가 왔을 때 감독님한테 포인트가드로 잘 키워보겠다고 했고 여기에 동의해서 데려올 수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의 맹활약에 김 코치 본인도 많이 놀랐다고 했다. "1군 선수들하고 패턴 플레이 연습도 많이 안 해봤는데 1군 올라오자마자 완전히 녹아든 걸 보고 흐뭇했다. 오랫동안 봐 온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수를 발굴한 만큼 김 코치는 대형 가드로 성장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아직은 큰 문제가 보이지 않지만 좀 더 성장하기 위해 세밀하게 가다듬을 수 있도록 많이 도울 생각이다. 더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2012.11.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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